"우리는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 걸까?" 출근길 지하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들. SNS 피드를 끝없이 내리며 남들의 일상에 스크롤을 멈추지 못하는 나. 그 속에서 나는 점점 나와 멀어졌습니다. '좋아요' 숫자에 기분이 흔들리고, 남들의 멋진 삶 앞에 초라해진 마음. 누군가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음에도, 이상하게 더 외롭고 지친 이유는 뭘까요? 그렇게 저는 하루, 그리고 일주일, 한 달 동안 SNS 없이 살아보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진짜 ‘나’와 연결되는 시간을 찾아 나선 기록을 공유하려 합니다.
‘좋아요’ 없는 하루: 비교하지 않고 살아보기
SNS 없이 맞이한 첫날, 아침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손에 쥐지 않고 창밖을 바라본 것은 오랜만이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확인하거나, 친구들의 일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있었겠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비교의 대상이 사라지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타인의 멋진 아침 루틴, 완벽한 식단, 운동 인증샷이 없는 하루는, 내 삶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찻잔, 오늘의 기분, 느긋한 식사. 작은 일상들이 조용히 나를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비교 없는 하루는 ‘나’의 기준을 회복하는 하루입니다. 우리는 늘 남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자기 속도를 잊고 삽니다. SNS를 끊고 나니, 내 삶의 리듬이 돌아왔고, 그 리듬에 따라 하루를 조율하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되었어요.
기록은 남지만, 보여주지 않는다: 조용한 일기 쓰기의 위로
SNS를 하지 않으니, 나의 감정이나 순간을 남길 방법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습니다. 사실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기록해왔다는 것을. '좋아요'를 받을 법한 사진, 타인이 좋아할 만한 글귀, 그런 것들로 일상을 꾸며왔다면, SNS를 끊은 지금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저는 종이 일기를 꺼냈고, 나만을 위한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그날 기분, 생각의 조각들, 말하지 못한 속마음들. 누구에게도 보여줄 필요 없는 글은 더 솔직했고, 그래서 더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정은 인풋이 아니라 아웃풋이 필요합니다.
SNS에선 감정이 ‘피드’처럼 쌓여가기만 하지, 제대로 흘러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일기는 흘려보내는 감정의 통로였습니다. ‘좋아요’는 없지만, 대신 내 마음이 나에게 다정히 반응해주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외로움에서 고요함으로: 진짜 연결의 시작
SNS 없이 살면 외로울까? 처음엔 그랬습니다. 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았기에, 그 끈이 끊기자 허전함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 외로움은 고요함이 되었고, 고요함 속에서 진짜 ‘연결’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나 자신과 연결되었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언제 행복한지, 무엇에 불안해하는지, 나를 더 잘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진짜 친구들과의 관계도 깊어졌습니다.
댓글 대신 진짜 통화를 하고, 무심한 ‘좋아요’ 대신 직접 만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SNS 없이도 관계는 유지되고,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SNS는 관계를 빠르게 확장시켜주지만, 깊이 있게 해주진 않습니다.
그런데 SNS를 내려놓으니, '적지만 진짜인 관계'가 눈에 보였습니다. 그 소중함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이 실험은 충분히 가치 있었습니다.
마무리: 연결을 끊어야 연결되는 순간
SNS는 분명 멋진 도구입니다. 하지만 모든 도구는 사용자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번 SNS 없는 삶 실험은, 제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끊어야 보이고, 멈춰야 들리고, 비워야 채워진다는 것.
하루쯤 스마트폰을 꺼두고, 나에게 말을 걸어보는 시간. 타인의 시선 대신, 나의 감정을 바라보는 하루. 그 하루가, 내 삶 전체를 다르게 만들어줍니다.